0. 들어가며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나는 십수년을 키보드, 마우스만 써 온 키마충임을 밝힌다. 아주 어릴 때 TV에 연결하는 게임기를 써본 적이 있지만 많이 하지도 않았고 그 후 오랜 세월 키마만 썼기 때문에 이 패드는 필자에게 있어 첫 패드나 마찬가지다. 유치원때 좋아했던 여자애는 첫사랑으로 안치듯이 어릴때 쓴 패드는 첫 패드로 인정할 수 없다

아무튼 나처럼 게임패드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하는 다른 키마충들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약 일주일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용담을 적어볼까 한다.





1. KOF - 근육이 아프다

 

키마충에게 있어 오른손은 마우스를 움직이는 손이고 왼손은 wasd(이동) r(재장전) L-shift L-Ctrl(달리거나 웅크리기) efzxcv(기타) 등의 키를 누르는 손이다. 대부분의 동작은 왼손 4개, 오른손 2개 손가락으로 할 수 있으며, 스페이스바(점프)를 누를 때에만 왼손 엄지를 사용한다. 키보드만을 사용하는 게임의 경우 오른손은 방향키, 왼손은 액션 키를 담당한다.

 

게임패드는 다르다. 대부분 좌, 우 엄지 한쌍만으로 게임을 한다.(트리거를 당길 때 검지도 쓴다.) 당연한 소리라고? 그렇다. 당연하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마치 용불용설을 증명하듯, 인간의 꼬리뼈 만큼이나 퇴화된 내 엄지로 게임을 하려니 커맨드 입력이 끊기거나 잘못된 키가 눌리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 것이다. 자꾸 콤보가 끊기자 화가 난 필자는 오른손 엄지로 LP LK HP HK 버튼을 마구 눌렀다. 다음날 팔꿈치 안쪽의 근육에 알이 배겨서 엄청 고생했다.

 

그렇다면 내구성은 어떠한가? 패드를 써본 지 겨우 일주일? 열흘? 정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확실히 뭐라고 말을 할 수는 없다. 다만 13시간 동안(스팀이 그렇게 기록해줌) KOF를 플레이해본 결과 튼튼하게 만들었다는 느낌은 받을 수 있었다. 적어도 고갤러의 손가락보다는 내구성이 뛰어나리라고 감히 추측해본다.

 

이 패드가 언제 왔더라?? 아무튼 일주일 남짓 쓴 것 같은데 지금은 익숙해져서 팔이 아프지는 않다. 시간이 해결해 주니 큰 문제는 되지 않지만 패드를 써보지 않은 키마충이라면 놓칠 수 있을것 같아서 언급한다. (+ 빈약한 고갤러의 소근육 발달에 큰 도움이 될거라 생각한다)

 

2. FPS - 레버를 누른다??

 

어릴적 게임패드를 생각해 보면 왼쪽에는 방향키, 오른쪽은 액션 키 두개가 붙어있었던 것 같다. 최근에 산 패드의 전체적인 윤곽은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그것과 별반 차이가 없지만 버튼 갯수는 엄청 늘어났다. 이들 중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레버를 '누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치 2버튼 마우스만 쓰다가 휠이 달린 것을 처음 봤을 때, 혹은 감압식 터치 PMP를 쓰다가 정전식 터치 스마트폰을 접했을 때의 기분이었다.

 

패드로 처음 FPS를 하는데 근접공격을 하려면 R을 누르라는 말이 나왔다. 패드 오른쪽에 붙어있는 버튼을 전부 눌러봐도 반응은 없었고, 심지어는 '설마 레프트의 스펠링이 Reft 였나?' 하는 말도 안되는 심정으로 왼쪽에 달린 버튼도 모조리 눌러봤지만 캐릭터는 근접공격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5분쯤 머리를 싸매다가 레버를  눌러봤는데 캐릭터가 반응을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키마에 빠져있는 동안 게임패드도 많이 진화를 한 것 같다.

 

패드를 처음 접해보는 키마충을 위해 언급한다. 게임에서 LT, RT는 방아쇠(검지) , LB, RB는 방아쇠 위에 달린 버튼(역시 검지), 마지막으로 L, R은 이 레버를 돌리지 말고 '누르'라는 뜻이다.

 

3. Steam Big Picture - 거 참 신박하네!





키마를 쓸 때도 스팀 Big Picture 모드를 실행할 수는 있지만 별로 큰 의미는 없었다. 어차피 마우스로 클릭해서 게임을 실행하는건 똑같고, 기왕이면 다른 정보도 한눈에 들어오는 일반 모드가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게임패드를 사고 다시 Big Picture 모드를 실행해 보니 왜 이게 게임패드를 위한 모드인지 알 수 있었다.

 

마우스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해상도가 높아지고 아이콘이 작아질 수록 한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는 더 많아지지만, 그만큼 더 정확한 클릭이 요구되기 때문에 편한 자세를 유지하기가 힘들다. 하지만 패드를 써보니 일어났다 앉았다 굴렀다 아무리 자세를 바꿔도 게임을 선택하는 데 전혀 무리가 가지 않았다. 필자와 같이 노트북으로 게임을 하는 사람이라면 데스크탑보다 모니터의 위치를 더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다.

 

패드에 관해 놀란 또 한가지 사항은 이걸로 아무 무리 없이 웹서핑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팀 브라우저를 쓸 경우 패드를 위한 전용 키보드가 제공되고 화면 확대/축소도 자유로워서 주소, 검색어 입력은 물론 게시판에 글을 쓰는 것도 자유롭다.(다만 이건 게임 패드가 아니라 스팀이 만든거니 스팀을 칭찬해야겠다.)

 

4. 마치며

 

이상으로 상품 사용 후기를 마친다. 사용해본 결과 FPS를 제외한 게임의 경우 재미를 감소시킬 만큼 컨트롤이 불편하지도 않았고 패드를 지원하는 게임도 매우 다양했다. 거기에 게임패드를 위한 입력 시스템을 고안한 스팀 덕분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게임패드 브라우징'도 할 수 있어 감명을 받았다. 게임패드를 살까 말까 고민하는 키마충에게 추천할만하다고 판단된다.

 

※ 적극추천이 아닌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FPS만큼은 게임패드가 키마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

2. 내구성의 문제는 오래 써보지 않아서 섣불리 뭐라 결론내릴 수 없음.

 

 

by 좀맹구 2014. 9. 18. 22:33